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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안보/보훈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 '설마리 전투' 한국인 얼마나 알고 있나?
한국 영국 수교 140주년, 혈맹으로 맺어진 관계
기사입력: 2023/10/17 [17:49]   월드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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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갑 기자

▲ 2016년 영국군 설마리 임진 전투 추모식에 참석한 한국과 영국 정부 및 군 관계자


 신범철 국방부차관은 10월 16일 바로네스 골디(Baroness Goldie) 영국 국방부 정무담당 부장관과 제2차 한-영 국방전략대화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2023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이 국방∙안보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리라는 데 공감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파주에 있는 영국국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과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를 기억해야 한다. 본 기자는 파주 지역 주둔한 다수의 군 관계자에게 관내 위치한 영국군 전투 추모공원과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의 영웅담을 알고 있는지 문의한 바 있다. 답변은 "지나가면서 얼핏 이정표를 보기는 했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글로스터 대대가 영국군 소속이냐" 등 관련 사실을 모두 모르고 있었다. 이에 기자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이른바 글로스터 대대의 용맹하고 처절한 전투사와 추모행사에 만났던 참전 용사의 말을 전하자 모두들 그제야 군 간부들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꼭 방문하겠다" "우리가 영국군과 영국에게 이렇게 많은 은혜를 받았는지 몰랐다"라며 고마워했다. 

 

▲ 파주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사진 출처 : 경기도


공식 지명으로는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이다. 혹은 '영국군참전기념비', '영국군추모비', '영국군 전적비', '영국군 설마리전투비' 등으로 검색 시 찾아갈 수 있다. 군 내에서는 임진전투라고 불리며 당시 참전한 영국군은 29여단 글로스터 대대다. 글로스터 대대는 소속 장병 모두가 같은 도시 출신으로 이뤄진 부대라 단결력도 그 어떤 부대보다 두터웠다고 한다.

 

▲ 파주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비  사진 출처 : 경기도


2016년 4월 22일 설마리 임진전투 제65주년 추모식에서 만난 글로스터 대대 참전 노병들은 본 기자가 소감을 묻는 말에 한결같이 "처음에 설마리 임진강 전투를 통해 너무 치열하게 싸웠고 동료의 희생이 너무 많았다. 이에 한국을 기억하기 싫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훈행사로 초대되어 한국에 와보니 너무나 발전된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고 강한 국방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와보길 잘했다. 그리고 이렇게 추모공원을 조성해 줘서 고맙다. 오히려 한국 파주시에서 글로스터 현지에 전쟁기념관을 조성하는데 비용이 부족해 완공을 미루고 있었는데 지원을 해줘 고마웠다. 한국인과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고 한국에 와보니 행복하다. 못 와본 동료들과 이미 하늘나라에 간 전우들에게도 보람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눈시울을 글썽거렸다. 

 

얼마나 치열하게 전투에 임했는지 묻는 말에 한 참전 노병은 "너무 자세히는 생각하는 자체가 악몽이지만 사수 명령을 끝까지 지키다가 3일 후 자력으로 후퇴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전사한 전우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어 지금의 전투비가 있는 동굴 안에 임시로 모시고 적군이 훼손을 하지 않도록 돌로 막아놓았다. 거동이 불가능한 부상자도 그냥 나두고 후퇴했다. 후일 이 지역을 회복하면서 숨겨났던 전우의 시신을 다시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한다. 부상자는 모두 포로가 되었는데 훗날 만나니 너무 고생을 해서 동료의 얼굴을 못 알아봤다"라며 얼마나 급박하게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고 후퇴 명령을 수행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현재의 모습인 설마리 영국군 추모공원은 경기도 파주 설마리 계곡 및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한 글로스터 연대 및 영국군을 추모하기 위해 2014년 4월 파주시가 조성했으며 매년 추모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 231고지 아래에 전사한 전우를 숨겨났던 곳이자 현 전투비,   사진 출처 : 경기도

 

참전 용사가 말한 동료의 시신을 숨겨 놓은 곳은 파주 235고지(글로스터 힐) 아래 동굴이다. 현재의 모습은 1957년 6월 29일 전투비를 설치했다. 전투비에는 네 개의 표석이 벽면에 붙어 있고 그 앞에는 비석 하나가 위치하고 있다. 표석 왼쪽 위는 유엔기, 오른쪽 위는 부대표지, 왼쪽 아래는 한글 전투전기, 오른쪽 아래는 영문 전투전기를 새겨 놓았다.

 

글로스터 대대가 전투에 참여한 임진강 전투는 1951년 중공군의 공세를 3일간 사수한 대표적인 고립방어 전투다. 당시 영국군 제29여단은 적성∼설마리∼동두천으로 돌파하려는 중공군을 저지하는 방어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특히 글로스터 대대 방어 작전 지역에는 중공군과 북한군 3개 사단 4만 2천여 명의 대군이 몰려왔다. 4만 2천여 명의 적군에 대항하는 글로스터 대대 인원은 652명이었다. 특히 전략적인 요충지역인 235고지를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은 글로스터 대대. 대대장과 부대원 모두는 절대 불리하고 무리한 명령이라는 것을 알지만 군인이기에 이를 받아들이며 적의 공격을 3일간이나 막아냈다. 

 

UN군 사령부는 글로스터 대대가 임진강 유역을 막아내는 동안 병력을 모아 중공군의 공세를 막아내는 방어선 형성을 하는 계획을 세웠다. 방어선을 형성을 위해 사수 명령을 내린 사령부는 3일 후 포위된 대대에 지원 병력 없이 자력으로 후퇴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영국군의 희생은 컸다. 특히 글로스터 대대는 중공군 3개 사단 4만 2천여 명에게 완전히 포위되는 극한 상황에도 끝까지 저항해 652명 중 탈출에 성공한 생존자가 67명에 불과할 정도로 희생이 커 훗날 '영광스러운 글로스터'로 칭송받았다. 지금도 영국군과 국민에게 글로스터 대대의 용맹성은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희생이 컸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영국에서도 한국 파주에 있는 영국군 추모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매년 4월 20일을 전후해 주한 영국대사가 주관하는 추모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영국 정부에서도 지난 1992년 11월에는 당시 찰스 왕세자(현 영국 국왕 찰스3세),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2023년 여름에는 잼버리에 참석했던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이곳을 찾아 역사적 의의와 숭고한 희생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 파주 영국군 참전 설마리 전투 추모공원, 사진 출처 : 경기도


우리에게도 영국군 설마리 전투 추모비는 등록문화재 제407호이면서 국가현충시설이다. 하지만 우리는 6.25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구해주기 위해 이름도 어느 지역에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에 와서 우리를 위해 지키다가 산화한 영국군과 지금도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영웅 노병의 노고에 그리고 기꺼이 전투 병력을 파병한 영국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2023년은 국교 수립 140주년이다. 혈맹으로 맺어진 영국과의 관계에 우리 국민과 우리 정부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도 경기도 파주 설마리에 있는 글로스터 대대의 숭고한 헌신과 군인정신 그리고 한국을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친 이에게 감사함과 역사적 사실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전쟁으로 인해 동맹의 중요성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혈맹으로 맺어진 한국과 영국도 더욱 상호 도움이 되는 해가 되길 바라며 글로스터 대대원의 영웅적인 전투와 역사적 의의를 우리는 적극 국내에 알리고 영국 정부와 국민에게 감사함을 표시해야 할 것이다. 

 

최인갑 기자 ws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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