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의 '집단 백혈병 발병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10년이 흘렀지만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재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이에 작업장 유해 환경에 대한 사업주들의 자료 은폐와 왜곡을 차단하고 노동자들의 정보 접근 권한 확대를 통해 재해 피해자 권익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주목받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 김용숙 기자 |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이 재해 피해자의 '현장조사 참여권 보장'과 '업무상 재해에 관한 정보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해 노동자들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기로 한 것.
김 의원이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실질적으로 산재 여부가 결정되는 과정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역학조사'에 사업주 외에도 해당 노동자, 그 노동자의 유가족 및 대리인의 요구가 있을 시 참석을 반드시 허용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는 작업성 질환 등의 진단 및 발생 원인의 규명을 위해 노동자의 질병과 작업장의 유해요인의 상관관계를 조사하는 '역학조사' 결과다. 그러나 '역학조사'는 회사가 제공하는 자료를 기반으로 이뤄지며 결과 역시 회신서에 간략히 기재될 뿐 그 과정과 내용은 대부분 비공개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처럼 노동자의 재해 사실에 대한 업무 관련성을 부정하는 경우에는 회사 측에 불리한 자료를 은폐한다 하더라도 피해 당사자가 관련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해 피해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지만, 개인이 재해의 원인이 된 사업장이나 시설물 등 업무환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특히 사업주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부할 경우 자료제출을 강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6년 백혈병 등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과 관련한 산업재해 소송에서 삼성은 법원이 제출을 요청한 자료조차 10건 중 8건꼴로 공개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김성수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재해를 입은 근로자가 해당 사업주에게 업무상 재해 입증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청구하도록 하고 사업주가 이를 거부하면 산업재해정보공개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제공 또는 열람을 명령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김성수 의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은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공적보험을 통해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사회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산재보상을 받는 과정은 '투쟁'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피해자나 유족 대리인들이 자신들의 피해를 충분히 입증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조사 참여권'과 '정보청구권'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수 의원은 이어 "이해 당사자인 피해자가 역학조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조사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재해 입증을 위한 자료를 충분히 수집하도록 사업자에게 정보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아울러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산재보상 문제를 놓고 재해 피해자가 업무상 재해 입증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드는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장기적으로 산재 입증책임을 재해 피해자에게만 전가하는 현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숙 기자 wsnews@daum.net
|